동해안을 따라 속초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는 대포항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가는 곳이었다. 지금은 길이 넓어지고 횟집들도 잘 정렬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속초 대포항은 좁은 골목을 둘러싸고 건어물 파는 난전과 중간 중간에 횟집들이 자리 잡고 성업 중이었다. 차를 끌고 한 번 그 골목을 들어서면 다시 돌아 나오기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늘 그 골목에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북적여서, 그 골목의 끝에 가서야 좁은 뒷길로 돌아 나올 수 있었다.

내 고향이 속초라는 걸 자랑하곤 했다
내 고향이 속초라는 걸 아닌 직장동료들은 가끔 휴가 때 다녀온 대포항을 자랑하듯 말하곤 했는데, 한 때는 속초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이 대포항이라 할 정도로 유명세를 탄 곳이었다.
나도 어머니를 뵈러 속초에 올 때는 대포항에 들러 직장 동료들에게 줄 오징어나 쥐포를 사거나 단골 횟집에 들러 너무 비싸지 않은 오징어가 많이 든 모듬회를 시켜 먹곤했다. 비싼 광어회는 손님하고 갈 때만 시켰다.
어릴 때 친구 어머니는 대포항 난전에서 리어카에 판을 엊어 좌판을 만들고 말린 명태와 노가리, 말린 오징어를 파셨다.
도로에 주욱 늘어선 좌판들 사이에서 지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쥐포를 구워 냄새를 피우기도 하고, 오징어를 잘게 찢어서 맛보게 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찢어 준 오징어 몸통, 잊을 수 없다
어쩌다 방과 후에 친구와 같이 가면, 친구 어머니는 오징어 몸통을 크게 찢어서 주셨다. 오징어 다리도 아니고 두툼한 몸통의 오징어 질기고 단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나는 속초 대포항에 가면 항구 방파제 끝에 있는 빨간 등대를 한참 바라보곤했다. 지금은 등대까지 가볼 수 있지만 그 때는 맘대로 가볼 수 없어서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바다는 촐랑되었지만 대포항 등대는 늘 가만히 항구 끝에 서 있었다. 파도가 심한 날은 날은 들여치는 파도를 맞으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큰 등대는 아니지만 마치 항구의 주인인 것처럼 보였다.
그걸 보면서 나도 등을 꼿꼿이 펴고 서곤 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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