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바다, 허물 없는 친구처럼

오래 속초에서 살다보면 바다는 어린날부터 함께 해온 친구처럼 생각된다. 예민한 친구의 기분같이 속초바다는 자주 바뀐다.

어느 날은 세차게 밀려와 파도치다가 또 그 다음날은 언제 그랬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같이 잔잔하다. 그래서 웬만큼 심하지 않으면 그냥 그려러니 하면서 지난다.

속초바다

속초바다는 맘대로 들락거리는 아이같다

속초 바다는 마음대로 집안까지 들어와 참견을 하다가 제맘대로 가버리는 아이같다. 문을 열지 않아도 집안에 들어와 있고, 나간 것 같아도 숨소리가 들리는 것같다.

일부러 만나려 하지 않아도 조금만 지나면 마주치게 되고 굳이 눈길을 주지 않아도 늘 곁에 있다.

여행자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바다를 찾지만 속초에 사는 사람들은 어부가 아니면, 어쩌다 외지에서 손님이 왔거나 건강이 염려가 되어 몸을 가볍게 하려고 바다를 찾는다.

속초바다

가끔 별나게 파도가 거칠어져 배가 파손되었다거나 갑자기 바닷가에서 양미리가 바가지로 떠서 잡는다는 뉴스가 있으면 좀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정도이다.

나는 어린 시절 떠나서 다시 속초에 다시 온지 이제 10년이 되어간다. 시내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꽤 근사한 해변이 많지만, 여름철에도 제대로 바다에 가서 발을 담군 적이 몇 번 안된다.

내 주변에 있으면서 내 삶에 들어와 간섭한다

그럼에도 바다는 내 주변에 있으면서 내 삶에 들어와 간섭한다. 나를 불러내기도 하고 실수를 질책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한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고 생각이 엉킬 때, 나는 자연스럽게 바다로 간다.

속초바다

차가운 공기와 흰 파도가 밀려왔다 돌아가는 속초바다의 그 반복은 ‘사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대수롭지 않은 듯 눙치는 친구의 느린 말투를 닮았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글

감춰진 작은 항구, 속초 외옹치항
속초 청호동 아바이 마을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